이스라엘의 외국인 투자 심사 제도, 한국 기업엔 전략적 기회일 수도

“안보 중심 투자 검토 체계 구축”… 한국 기업엔 새로운 고려사항

이스라엘 정부는 국가 안보와 핵심 기술 보호를 위해 외국인 직접투자(FDI)에 대한 심사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동 제도는 2019년 10월 30일 보안 내각 결정에 따라 마련되었으며, 2020년부터 실제 심사 절차가 운영되고 있다. 이는 미국의 대중 견제 기조와 긴밀히 연관된 흐름 속에서 출발했다는 시선도 있지만, 최근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지정학적 리스크 확산 속에서 ‘국가 전략 자산 보호’라는 명확한 필요성에 의해 재조명되고 있다.

이 제도의 핵심은 민감 기술 및 국가 기간산업에 대한 외국 자본의 영향력을 사전에 검토·관리함으로써, 안보 리스크를 예방하고 이스라엘의 자율적 기술 주권을 유지하는 데 있다. 특히, 최근 이란과의 군사적 긴장, 중동의 정세 불안 등으로 인해 안보의 개념이 확장되는 가운데, 이 제도는 단순한 외국인 투자 심사를 넘어 ‘국가 전략 자산에 대한 방어 체계’로 기능하고 있다.

심사 주체와 절차

이스라엘 재무부 산하 수석 이코노미스트의 주도로 구성된 ‘외국인 투자 심의위원회’(Advisory Committee for National Security in Foreign Investments)를 통해 운영된다. 위원회는 국가안보국(NSC), 국방부, 외무부, 법무부, 통신부, 에너지부 등 관련 정부 부처들이 참여하며, 필요시 보안청(Shin Bet)과 해외정보국(Mossad)도 자문을 제공한다.

외국인 투자에 대한 심사 절차는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외국인 투자자는 자발적으로, 또는 규제 당국의 요청에 따라 투자 심사를 위한 자문위원회에 심사를 요청할 수 있다. 위원회는 요청을 받은 날로부터 최대 45일 이내에 공식적인 의견을 해당 규제기관에 제출해야 하며, 필요 시 사전 통보 후 15일 연장도 가능하다. 위원회의 판단은 구성원 전원의 동의(합의제)에 기반하며,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공식적인 의견은 제출되지 않는다. 이 경우, 규제기관은 위원회의 의견이 ‘반대 없음’으로 간주하여 최종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위원회의 권한은 자문적이며, 최종 승인은 해당 분야의 규제기관 및 장관이 내리며, 안보 또는 외교적 중요 사안일 경우에는 국무회의(내각)의 결정이 요구될 수도 있다

<절차 개요>

  • 투자 신고 접수 → 부처별 사전 평가 → 심의위원회 내 논의 → 관련 장관 승인 또는 내각 결정
  • 주요 평가지표에는 투자자의 국적, 경영권 여부, 기술 민감도, 정보 접근 가능성 등 포함

심사 대상은 통신, 에너지, 금융, 교통, 보건 등 핵심 인프라 산업뿐 아니라, 사이버보안, 인공지능(AI), 반도체, 바이오, 데이터 플랫폼 등 첨단 민감 기술 분야도 포함된다. 평가 시에는 투자자의 국적, 지배 구조, 안보적 연관성, 이스라엘 내 민감 정보 접근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다. 해당 기준에 따라, 데이터 접근권 포함 투자 또는 안보 관련 인프라 참여는 우선 심사 대상이다.

미중 갈등 속 탄생한 제도, 그러나 실효성은 안보환경에 따라 재평가

이 제도는 일각에서는 미국의 대중국 압박 기조에 편승해 이스라엘이 미국의 입장을 의식하여 도입한 것이라는 시각도 존재했다. 특히 중국이 중동에서 인프라 및 기술투자를 확대하는 가운데, 이스라엘 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컸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가속화된 안보 환경의 악화는 해당 제도의 실질적 필요성을 재확인시켰다. 이란과의 핵 긴장, 레바논과 가자지구에서의 위협, 사이버 안보의 중요성 증대 등은, 외국 투자로 인한 기술·정보 유출을 실질적 위협 요소로 간주하게 만들었다.

한국 기업엔 기회가 될 수 있다

한국은 미국과 전략적 우호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이스라엘과도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다. 이에 따라 한국 기업은 해당 심사제도 아래서도 ‘신뢰 가능한 파트너’로 분류될 가능성이 높고, 오히려 기존에 비공식적으로 작동하던 안보 우려들이 제도권 안에서 명확히 관리됨에 따라 보다 안정적인 협력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기술 이전, 합작 투자, 연구개발(R&D) 센터 설립 등 다양한 진출 방식에 대해 체계적으로 준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외국인 투자 제도, 위험이 아닌 신뢰의 기회로

이스라엘의 외국인 투자 심사 제도는 단순한 규제가 아니라, 신뢰 기반의 파트너십을 체계화하는 절차라고 할 수 있다. 제도의 투명성과 명문화된 기준은 오히려 한국 기업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으며, 정치적 불확실성 속에서도 장기적인 기술 협력과 시장 확대를 위한 신뢰 기반을 마련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이스라엘 정부 역시 이 제도를 일관성 있고 전략적으로 운영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한국 기업은 산업 특성에 맞는 전략적 접근과 함께 제도적 흐름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이스라엘 시장 진출을 더욱 정교하게 설계할 필요가 있다.